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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을 써도
이게 유언이/나의 마지막 말이 되어도 괜찮을까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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쩍
어제는 비가 왔고 내가 즐겨 신는 슬리퍼(나는 의식과 무의식을 통틀어 “쓰레빠”라고 힘주어 말하기 때문에 이 글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쓰레빠라는 말이 주로 쓰일 것이다)(물론 또 나와야 할 경우에)는 빗길 특정 소재에 무척 잘 미끄러지는 특징이 있어 쇼핑몰에서 나오는 길에 호되게 넘어졌다. 넘어지는 광경을 유리가 생생히 보았다. 나로 말하면… 나는 내가 순식간에 넘어졌다고 느꼈다. 어떤 순간에, 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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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쓸 시간도 없다
더 나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면 나는 더 잘난 사람이 되었을 거라는 말을 모친은 몇 번 한 적 있다. 기억 속의 그 여자는 그 사실이 너무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할 때도 있고 점심 먹었니? 라고 물을 때와 다름 없이 심심한 얼굴일 때도 있다. 나보다 젊은 여자였을 때도, 지금보다는 젊었어도 여전히 내가 한참을 더 따라잡아야 할 나이였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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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가끔은 우리가 처음부터 같이 있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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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ME OUT
Q. 뭐하고 있어? A. 나는 내 피부 바깥으로 단 1mm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있었어. – 금요일 낮부터 밤까지 유리와 긴 대화를 나누었다. 여러가지 일관성 없는 화제가 오갔고 그중 몇몇은 우리가 이미 전에 나눈 대화의 의식적 재현이었으며 난데없이 아주 솔직한 심정이나 다른 아무에게도 한 적 없는(왜냐하면 그 순간의 그 대화 전에는 해본 적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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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아서 할게요
전날에는 새벽 세 시까지 게임했다. 예삿일이긴 한데 일기에 쓰려니까 화가 난다. 이래서 일기 쓰기를 기피해왔던 것이다. 생활이 온통 망가져 있으니까. 역으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일기를 써야 한다 말할 수도 있다. 떳떳한 일상을 쓰고 싶어서 뭔가 의미있는 일이 없을지 모색하게 되니까. 자기반성적인 이야기로 시작한 김에 일상 진단을 좀 해볼까. 며칠 전까지는 어지럼증이 심했다. 병원에는 가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