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투스

로트네스트 섬의 적법한 지배자이며 모든 쿼카들을 통솔하는 단 하나의 강력한 지도자 햄스투스

  • LET ME OUT

    Q. 뭐하고 있어? A. 나는 내 피부 바깥으로 단 1mm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있었어. – 금요일 낮부터 밤까지 유리와 긴 대화를 나누었다. 여러가지 일관성 없는 화제가 오갔고 그중 몇몇은 우리가 이미 전에 나눈 대화의 의식적 재현이었으며 난데없이 아주 솔직한 심정이나 다른 아무에게도 한 적 없는(왜냐하면 그 순간의 그 대화 전에는 해본 적 없는…

  •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전날에는 새벽 세 시까지 게임했다. 예삿일이긴 한데 일기에 쓰려니까 화가 난다. 이래서 일기 쓰기를 기피해왔던 것이다. 생활이 온통 망가져 있으니까. 역으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일기를 써야 한다 말할 수도 있다. 떳떳한 일상을 쓰고 싶어서 뭔가 의미있는 일이 없을지 모색하게 되니까. 자기반성적인 이야기로 시작한 김에 일상 진단을 좀 해볼까. 며칠 전까지는 어지럼증이 심했다. 병원에는 가지 않고…

  • 요즘 날씨 끝내줘

    4월에 나온 신간과 관련하여 ‘작가의 방’ 전시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애장품 일곱 점을 골라서 갖다주고 왔다. 내가 고른 애장품의 목록은 이렇다: 엉덩이를 쭉 뺀 자세로 하트 모양 오브제를 내밀고 있는 농담곰 인형, 유리가 만들어 준 ‘멋쟁이 토마토’ 키링, 파버 카스텔 연필깎이, 민트색 데스크탑 반가사유상, 홍콩 여행에서 사온 DIY 키트로 만든 당나귀 인형, 빨간색 로모 폴라로이드…

  • 반반

    한동안은 코미디언이 되어야겠다는 말을 농반진반으로 하고 다녔다. 농반진반이라는 말의 징그러운 점은 농담인 것 같지만 진담 함량이 반이나 되는 것이다…… 요새 식으로 말하면 겉농속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당연히 나 혼자의 끼와 재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당시 만나던 사람과 나의 키 차이가 대략 50cm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런 꿈을 꿀 수 있었다. 우리는 -실로 그 또한 나의 계획에 동의했다는…

  • 왓 엘스, 왓 엘스?

    솔직히 이제는 사랑이 질려요. (상상 속의 관객들 어어— 또는 우우—. 탄식 반 야유 반.) 그렇잖아요, 사랑도 에너지거든요? 누군가한테 반하는 건, 말하자면 사랑의 단초를 느끼는 본능은 불수의근 같은 거라서 본인 의지랑 상관없이 움직이지만, 그 마음을 유지하는 데에는 분명히 에너지가 들어요. 계속 그 누군가를 지켜보면서 내가 진짜로 반한 건지 순간 착시에 속은 건지 판별해야 하잖아요. 반할만한 사람에게…

  • Happy Anniversary

    기본적으로 너는 사랑하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 같아. 맞는 말이야. 엄마 무서워? 제일 무섭지. (기본적으로 엄마를 안 무서워하는 게 가능한 일이었어?) 네가 걔를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는 절대로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야. (그런가? 아닌 것 같은데) – 전달 말일에는 금문에서 밥을 먹었다. 예전에는 제법 자주 갔는데 이제는 배달만 시켜먹는 집. 자주 가던 시절에는 딜라이트 스퀘어 점포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