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날씨 끝내줘
4월에 나온 신간과 관련하여 ‘작가의 방’ 전시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애장품 일곱 점을 골라서 갖다주고 왔다. 내가 고른 애장품의 목록은 이렇다: 엉덩이를 쭉 뺀 자세로 하트 모양 오브제를 내밀고 있는 농담곰 인형, 유리가 만들어 준 ‘멋쟁이 토마토’ 키링, 파버 카스텔 연필깎이, 민트색 데스크탑 반가사유상, 홍콩 여행에서 사온 DIY 키트로 만든 당나귀 인형, 빨간색 로모 폴라로이드…
-
반반
한동안은 코미디언이 되어야겠다는 말을 농반진반으로 하고 다녔다. 농반진반이라는 말의 징그러운 점은 농담인 것 같지만 진담 함량이 반이나 되는 것이다…… 요새 식으로 말하면 겉농속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당연히 나 혼자의 끼와 재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당시 만나던 사람과 나의 키 차이가 대략 50cm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런 꿈을 꿀 수 있었다. 우리는 -실로 그 또한 나의 계획에 동의했다는…
-
왓 엘스, 왓 엘스?
솔직히 이제는 사랑이 질려요. (상상 속의 관객들 어어— 또는 우우—. 탄식 반 야유 반.) 그렇잖아요, 사랑도 에너지거든요? 누군가한테 반하는 건, 말하자면 사랑의 단초를 느끼는 본능은 불수의근 같은 거라서 본인 의지랑 상관없이 움직이지만, 그 마음을 유지하는 데에는 분명히 에너지가 들어요. 계속 그 누군가를 지켜보면서 내가 진짜로 반한 건지 순간 착시에 속은 건지 판별해야 하잖아요. 반할만한 사람에게…
-
Happy Anniversary
기본적으로 너는 사랑하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 같아. 맞는 말이야. 엄마 무서워? 제일 무섭지. (기본적으로 엄마를 안 무서워하는 게 가능한 일이었어?) 네가 걔를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는 절대로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야. (그런가? 아닌 것 같은데) – 전달 말일에는 금문에서 밥을 먹었다. 예전에는 제법 자주 갔는데 이제는 배달만 시켜먹는 집. 자주 가던 시절에는 딜라이트 스퀘어 점포 한…
-
말을 거창하게 하는 게 특기
그때 내가 뭐라고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말을 왜 그렇게 길게 해요? 짧게 해요. 단순하게.” 라는 핀잔을 들었다. (봐라 이 문장도 괜히 길잖니) 아샤한테도 듣고 데이지한테도 들었던 것 같다. 내가 그런가? 왠지 머쓱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해서(데이지는 나를 어마어마하게 싫어했다) 집에 돌아가서 동거인에게 일러바쳤다. 야 나 오늘(도) 슈퍼바이저한테 쿠사리 먹었다! 그때까지 슈퍼바이저들에게 혼난 걸 일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