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투스

로트네스트 섬의 적법한 지배자이며 모든 쿼카들을 통솔하는 단 하나의 강력한 지도자 햄스투스

  •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

    1 민아가 소설 원작 영화를 보자고 해서 이수에 갔다. 읽고 많이 울었던 소설이 영화로 나왔으니 내적 오열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마침 나도 궁금했던 영화야. 주연 배우 중 하나가 무용수거든. 만나서 상영관 들어가는 길에 내가 그렇게 말하자 민아는 몰랐다고 했다. 얘는 정말 작품만 보는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영화는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다. 두 주연의 연기는…

  • 귀거래사

    스팀덱 케이스를 손에 들고 돌아다니면 미니어처 금관악기를 옮기는 느낌이 든다. 요즘 즐겨 드는 가방엔 스팀덱이 안 들어가서 따로 핸드캐리 케이스를 지참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는 내가 쇼윈도 같은 데에 비친 모습을 보니 어정쩡하게 작은 악기 가방을 든 것 같았다는… 얘기다. 이번 소설 다 쓸 때까지 게임 안 하기로 해놓고 몰래 했다는 (그렇게까지 몰래도 아니었다) 얘기기도 하다….

  • 어떤 글을 써도

    이게 유언이/나의 마지막 말이 되어도 괜찮을까를 떠올린다.

  • 어제는 비가 왔고 내가 즐겨 신는 슬리퍼(나는 의식과 무의식을 통틀어 “쓰레빠”라고 힘주어 말하기 때문에 이 글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쓰레빠라는 말이 주로 쓰일 것이다)(물론 또 나와야 할 경우에)는 빗길 특정 소재에 무척 잘 미끄러지는 특징이 있어 쇼핑몰에서 나오는 길에 호되게 넘어졌다. 넘어지는 광경을 유리가 생생히 보았다. 나로 말하면… 나는 내가 순식간에 넘어졌다고 느꼈다. 어떤 순간에, 예를…

  • 일기 쓸 시간도 없다

    더 나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면 나는 더 잘난 사람이 되었을 거라는 말을 모친은 몇 번 한 적 있다. 기억 속의 그 여자는 그 사실이 너무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할 때도 있고 점심 먹었니? 라고 물을 때와 다름 없이 심심한 얼굴일 때도 있다. 나보다 젊은 여자였을 때도, 지금보다는 젊었어도 여전히 내가 한참을 더 따라잡아야 할 나이였을 때도…

  • 맞아

    가끔은 우리가 처음부터 같이 있었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