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가 뭐라고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말을 왜 그렇게 길게 해요? 짧게 해요. 단순하게.” 라는 핀잔을 들었다. (봐라 이 문장도 괜히 길잖니) 아샤한테도 듣고 데이지한테도 들었던 것 같다. 내가 그런가? 왠지 머쓱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해서(데이지는 나를 어마어마하게 싫어했다) 집에 돌아가서 동거인에게 일러바쳤다. 야 나 오늘(도) 슈퍼바이저한테 쿠사리 먹었다! 그때까지 슈퍼바이저들에게 혼난 걸 일일이 일러바치진 않았다, 늘 있는 일이었으니까. 왜 그렇게 굼뜨냐, 왜 팔을 그런 식으로 꺾느냐, 레시피를 외운 게 맞느냐, 더 일찍 올 수는 없냐… 그런데 “말을 왜 그렇게 길게 하느냐”는 말은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할지… 무슨 이런 말이 다 있냐는 생각이었다고 할지? 당시의 동거인은 내 말을 침착하게 끝까지 들은 후에 “언니가 말을 좀 장식적으로 하는 편이긴 하죠”라고 했다. 왠지 걔한테서 그 말을 듣고 나니 그게 더는 문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설움이 아주 말끔하게 청산된 것은 아니었는지 그 뒤로도 이 얘기를 종종 했다)(바로 지금처럼) 7년 전 일이다. 나는 말을 우렁차게는 못해도 치렁치렁하게는 한다, 그걸 안 지 7년이 되었다.
왜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났나 했더니 그 즈음이 또 홈페이지를 만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어도비 뮤즈 체험판을 이용해 틀과 디자인을 짰고 scm 플레이어로 배경음악을 주렁주렁 달아놨었다. 게시판은 Xe, 호스팅은 닷홈, 도메인은 해외 사이트를 경유해서 샀던 것 같다.
홈페이지 개설 후 12시간 사이에 1:1 문의글을 4개 썼다. 오랜만에 그것도 처음 쓰는 워드프레스로 만들다보니 무척 헤맸다. 답변 퀄리티는 둘째 치고 (대체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답변 속도가 무척 빨라 감탄했는데 이제 보니 답변을 준 관리자마다 알파벳 식별 태그 같은 게 붙어 있다. 관리자(LGT), 관리자(KCD), 관리자(KJD) 이런 식. 이름의 이니셜일까? 임권택 강차돌 김점동?
점동 점동 아우래비 점동
예전에 서호준이 엄점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글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엄점동이라는 시인의 시 메일링을 구독할 수 있는지 문의해온 사람이 몇 있다고 들었다.